서울웨딩박람회 알뜰 준비 가이드, 그리고 나의 소란스러운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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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웨딩박람회 알뜰 준비 가이드

어제 밤, 불 꺼진 거실에서 혼자 컵라면을 후루룩 삼키다가 문득 깨달았다. 결혼식이 코앞인데, 예산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는 사실을요. 이럴 때일수록 박람회 한 번 제대로 다녀오면 숨통이 트인다는데… 음, 정말일까? 나는 늘 계획보다 충동이 앞섰고, 가끔은 그 충동 덕분에 반짝이는 길을 찾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결국 주말 오후, 한강 바람이 머리를 헝클어 놓을 즈음, 나는 서울웨딩박람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끄럽지만, 그날 나는 흥분과 걱정과 라면 국물 냄새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

장점·활용법·꿀팁, 그러나 리스트는 조금 삐뚤게

1. 부스 속 숨은 보석 찾기, 그리고 나의 소심한 속삭임

입구에서 받은 두툼한 팸플릿,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걸 다 볼 수 있을까? 어깨가 빠질지도 몰라.” 중얼거리며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생각보다 체계적인 동선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리허설 스튜디오 부스. 실제 촬영 샘플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든든할 줄이야! 플래너님이 “조명 톤 비교하실래요?”라고 묻는데, 나는 그만 “제가 좀… 어두운 피부라서요…” 하고 민망한 고백을 해버렸다. 덕분에 즉석에서 ‘톤 보정’ 전후 사진을 얻게 되었고,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던 할인 쿠폰까지 챙겼다. 실수라면 실수인데, 결과는 꽤 달콤했다.

2. 플래너 상담, 귀가 녹을 뻔했지만 결국 숫자는 냉정했다

“예산은 얼마로 잡으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얼버무렸다. 솔직히, 아직 정확히 못 정했으니까. 그런데 플래너님이 내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오늘 계약하면 30% 할인됩니다.” 거짓말 아닐까? 의심 반, 설렘 반. 고민 끝에 나는 “지금 당장은 계약 못 해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부스를 빠져나왔다. 돌아보니, 같은 말풍선에 홀려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던 커플도 있었다. 꿀팁? 마음의 냉각 시간을 24시간은 두자는 것. 사랑은 뜨겁게, 서명은 차갑게.

3. 알뜰 사은품, 그러나 가방끈이 끊어질 위기

머그컵, 샴푸, 소금빵, 심지어 미니 향초까지… 주섬주섬 담다 보니 토트백이 통통 불었다. 무게를 재 볼 틈도 없이 손목이 욱씬. “이것도 소확행이겠지?” 혼잣말하며 걷는데, 가방끈이 하고 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옆 부스에서 테이프를 빌려 응급조치를 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꿀팁 두 번째, 큰 가방은 필수다. 예비 신부라고 해서 늘 화사하고 우아할 수만은 없어요, 현실은 짐꾼입니다.

4. 스냅 촬영 시연, 그리고 느닷없는 눈물

즉석 시연 무대. 연인이 팔짱을 끼고 턴을 도는 장면에서 조명이 과하게 반짝였다. 근데… 왜일까요, 그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찍힐 수 있을까?” 불안, 설렘, 질투가 뒤섞여 눈가가 붉어졌다. 진행 요원은 “로맨틱하죠?” 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나만의 심장은 두근두근이 아니라 쿵쾅쿵쾅. 클로즈업 샘플을 받아 가방에 넣으며,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단점, 그리고 말 못 한 불편함들

1. 정보 과부하, 머리가 버퍼링

부스마다 밝은 미소와 달콤한 제안이 쏟아지는데, 사실 다 기억 못 합니다. 10분 전 들은 혜택이 2분 만에 뒤죽박죽. 메모하려니 펜은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고, 휴대폰 배터리는 13%. “아, 이것도 찍어야 하는데?” 중얼거리다 보니 이미 다음 부스. 체계적인 수첩이 없으면, 나처럼 정신이 구겨질지도.

2. 즉석 계약 압박, 살짝 무섭다

“오늘만 가능한 가격이에요!”라는 멘트가 곳곳에서 맴돈다. 어떤 부스는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의자를 안 빼준다더라, 하는 소문도 들렸다. 물론 과장일 수도 있지만, 나는 ‘혹시?’라는 걱정에 서둘러 빠져나오곤 했다. 할인과 압박 사이의 줄타기, 누가 균형을 잡아줄까?

3. 발 아픔, 그리고 예쁘지 않은 신발

하필 그날, 나는 새하얀 플랫슈즈를 신고 갔다. “결혼 준비하는 사람은 발끝도 빛나야지!” 하고 허세를 부렸는데, 현실은 물집 파티.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체험한 셈이다. 다음엔 운동화다, 무조건.

FAQ, 정말 많이들 묻더라고요

Q. 입장료가 있다던데, 꼭 예매해야 하나요?

A. 나는 당일 현장 등록파였다. 결과적으로 1,000원 더 냈다. 사소하지만 괜히 억울했달까. 미리 예매하면 커피 쿠폰도 주니, 미리가 정답이다.

Q. 무료 사은품, 생각보다 쓸모 있나요?

A. 예상보다 실용적이다. 나는 그날 받은 소금빵을 야식으로 먹었고, 미니 향초는 욕실에서 활약 중. 다만, 욕심을 부리면 가방끈이 끊어질 위험!

Q. 플래너 상담, 굳이 받아야 해요?

A. 굳이는 없다. 하지만 ‘현재 예산으로 가능한 패키지’를 엿볼 기회이긴 하다. 나는 “예산 500만 원”이라고 던져봤는데, 현실적 플랜과 사치 플랜 두 가지를 제안받았다. 듣고 나니 막연함이 조금은 옅어졌다.

Q. 사진 촬영 샘플, 믿을 만한가요?

A. 솔직히, 필터가 많이 입혀져 있다. 하지만 실제 앨범을 손에 쥘 기회가 흔치 않으니 꼭 봐 두길. 나는 ‘톤 어둡게’ 버전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의외죠?

Q. 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여유 있을까요?

A. 나는 3시간이면 될 거라 장담했지만, 5시간이 지나도 못 본 부스가 있었다. 쉬엄쉬엄 카페 코너에서 음료 한 잔, 화장실 동선 확인까지… 넉넉히 6시간은 잡자. 그래야 발목도, 마음도 덜 다친다.

결국, 나는 아직 계약서 한 장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목록 정리는 확실해졌고, 예산표의 빈칸도 꽤 메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엔 피곤함과 안도가 교차했다. 그리고 작은 확신 하나. 결혼식은 결국, 두 사람이 오롯이 웃을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박람회는 그 길을 보여주는 지도일 뿐, 답안지가 아니라는 것을요. 여러분도 혹시 나처럼 망설이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주말 한켠을 과감히 내어보세요. 빛나는 드레스보다 중요한 건, 예비 신랑·신부의 웃음이니까요.